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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29일 14:39 오진영 기자

임대료 못 이겨 사라지긴 아깝다…인사미술공간의 "마지막 전시"

25년간 신진 예술가들의 등용문이 돼온 '인사미술공간'이 문을 닫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는 폐관 전 마지막 전시회를 열고 인사미술공간이 갖는 의미를 추억한다.

아르코는 29일 서울 종로구 인사미술공간에서 '그런 공간' 전시를 개최했다. 오는 6월 문을 닫기 전 열리는 마지막 전시회다. 인사미술공간은 2000년 5월 종로구 관훈동에서 첫 전시를 연 이후 수많은 예술활동의 허브 역할을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인근의 지역 개발과 급등하는 임대료 등 대내외적 여건 악화로 결국 문을 닫게 됐다.

'그런 공간' 전시는 인사미술공간이 해온 사업이나 사라진 대상들을 담은 사진·그림, 예술가의 고민 등 다양한 주제로 준비됐다. 여러 전시와 연구, 워크숍, 교류의 공간 조성 등 인사미술공간의 다양한 역할들을 여러 작가들이 다채롭게 조명한다.

이날 전시에는 수많은 예술계 관계자들이 모였다. 아르코 관계자 외에도 인사미술공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와 기획자들이 참석해 직접 마련한 전시에 대해 설명했다. 전시 제목인 '그런 공간'은 창작자들이 인사미술공간에 대해 설명할 때 '인사미술공간은 그런 공간이었다'고 답한 데에서 착안했다. 작가 지원을 넘어 미술계에서 공간이 갖는 의미를 재고하자는 취지다.

직접 본 인사미술공간은 신진 작가들의 예술에 대한 의지가 그대로 묻어났다. 2000년부터 해온 수많은 전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으며 변화하는 예술 풍경과 작업의 발자취도 보존돼 있다. 다른 미술관에 비해 협소하고 불편했지만 새로 작품활동을 시작하는 작가들만이 갖고 있는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김익현 작가의 '바깥에서'라는 작품도 인상적이다. 어두운 지하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스크린에 끊임없이 수많은 사진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다른 오브제가 하나도 없지만 마치 영화를 보듯 사진 속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단순히 인사미술공간의 사진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안팎을 이루는 것들을 사진으로 끌어들여 공간과 시간을 아우르는 내용이 담겼다.

인사미술공간은 전시와 더불어 오프닝 퍼포먼스와 심포지엄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함께 준비할 예정이다. 전시는 모두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그간 개방되지 않았던 3층 사무실도 문을 연다.

인사미술공간을 운영하는 아르코미술관의 임근혜 관장은 "아르코미술관은 인사미술공간에서 생산된 다양한 자료를 아카이빙(보존·관리)해 열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창작실험과 담론생성 기능을 이어받은 새 공간과 비평 프로그램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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