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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24일 17:56 김인한 기자

8조원 KDDX 업체 결정, 사실상 차기 정부로…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1번함을 만드는 업체 선정 회의가 열렸지만 민간위원 전원이 정치적 부담을 느껴 보류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선거 전 KDDX 업체 선정이 '정치적 오해'를 불러 추후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조기대선과 무관했던 군 전력사업을 차기정부까지 넘기는 결정이 오히려 더 정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방위사업기획관리 분과위원회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안'을 1호 안건으로 논의했지만 보류 결정을 내렸다. 보류 결정 배경에는 분과위원 25명 가운데 민간위원 6명의 '정치적 부담'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분과위에는 민간위원 5명만 참석했는데, 이들은 국회 설명이 부족한 상황으로 KDDX 업체를 선정할 경우 추후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오전 국회에서 KDDX 사업 결정에 대해 "방산 알박기"라고 지적한 데 따른 정치적 부담으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KDDX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국방부 차원의 사업추진방안 점검과 국회 대상 설명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이후 분과위에 재상정하기로 해 안건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지난달 17일에도 같은 안건으로 분과위를 열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당시에도 KDDX 사업과 관련해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약 7조8000억원을 투입해 6000t(톤)급 최신형 이지스함 6척을 확보하는 국책사업이다. 선도함 1척을 건조하는 방산업체가 후속함 5척을 수주하는 입찰과 해외 수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만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분과위 결정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계약 방식에 따라 KDDX 사업자의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통상 함정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어진다.

방사청 개청 이래 19차례 함정 설계에서 충무공이순신함을 제외하곤 모두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를 맡았다. KDDX 사업은 2012년 개념설계를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2023년 기본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수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KDDX 사업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경우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경쟁입찰로 업체를 선정하면 HD현대중공업은 기밀유출 건으로 사업 입찰에서 보안감점(1.8점)을 받기 때문에 한화오션에 일부 유리한 상황이다.

방사청은 공동개발 등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 중재로 두 업체가 만나 KDDX 사업 협력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사업 주도권을 결정하는 계약 방식 등에선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서다. 결국 KDDX 사업은 1년 이상 늦어지며 전력화 공백 우려가 제기된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대장)은 지난 2월 두 기업에 서신을 보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주변국은 해군력을 지속 증강하는 엄중한 현 안보환경 속에서 주요 함정의 전력화 시기 지연 상황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이날 방사청 결정과 관련해 "정치적 이해관계가 군 전력사업의 결정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며 "KDDX 결정 여부는 지금이나 나중이나 논란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방사청은 이러한 논란이 발생하도록 사업관리를 한 것에 대해 스스로 매우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방사청과 해군 그리고 방산기업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는게 최선이며 어느 한쪽으로 결정되더라도 또다시 법적소송으로 연결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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