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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10일 11:28 뉴욕=심재현 특파원

밤새 또 뒤집혔다 "관세유예, 중국은 125%"…글로벌 증시 폭등

상호관세 발효 13시간만에 급변심
中맞불·美금융위기 우려 감안한 듯
"시장 이길 정책 없다" 투자 훈풍

밤새 세상이 또 뒤집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효 13시간만에 돌연 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은 예외다. 상호관세에 보복관세로 맞선 중국에 대해선 오히려 관세를 125%로 대폭 인상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9일 오후 1시, 한국시간으로 10일 새벽 2시쯤 벌어진 일이다.

미국 뉴욕증시는 나흘 동안 이어졌던 폭락장을 멈추고 급반등했다. 관세 유예 발표 후 S&P500 지수는 전날 대비 9.52% 오르면서 2008년 10월 이후 하루 기준으로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2001년 1월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 기록을 썼다. 이날 상승률은 12%를 넘었다. 7개 대형 기술주를 뜻하는 '매그니피센트7'(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알파벳·아마존·메타·테슬라)도 급등하면서 시가총액이 하룻새 1조8600억달러(약 2752조8000억원)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뉴욕증시 개장 직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지금이 주식을 매수할 적기"라고 올린 글이 결과적으로 예고글이 됐다. 지난 5일 발효된 10% 기본관세와 철강·자동차 관세 25%는 여전하지만 시장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경기침체 우려는 덜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점이 확인된 게 최대 수확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유예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채시장을 봤는데 사람들이 불안해하더라"고 말했다. 상호관세 발표 이후 주식시장이 폭락한 가운데 국채 투매로 장기 국채 가격까지 급락하면서 금융위기 우려가 고조되자 결국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 영국에서도 국채 불안이 금융시장 위기로 번질 뻔했던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 유예 발표 전 긴급하게 경제참모들을 소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벨란데라에너지파트너스의 매니시 라지 디렉터는 "상호관세 90일 유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조차 '시장 침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줬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정책에 모든 것을 걸고 위험을 감수할 의향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를 비롯해 아시아 주요 증시도 관세 유예 발표에 일제히 안도랠리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시장에서 이날 개장 6분만에 코스피200선물 급등으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한 데 이어 코스닥시장에서도 코스닥150선물 급등으로 8개월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개장 직후 한때 9% 가까이 치솟았다.

중국을 겨냥한 핀셋관세 인상으로 미중 양국의 관세전쟁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은) 중국이 세계 시장에 보여준 존경심의 부족에 근거한 것"이라며 "조만간 중국이 미국과 다른 나라를 갈취하던 시간이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용납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는 지난 2, 3월 펜타닐 관리 소홀 등을 이유로 부과한 20%에 이달 2일 상호관세 발표 당시 34%가 추가 예고됐다가 중국이 같은 세율의 맞불 관세로 대응하자 지난 8일 다시 50%를 추가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25%까지 인상한 것을 두고 외교가에선 상호관세에 대한 다른 나라의 불만을 잠재우고 핵심 타깃인 중국을 견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패권을 두고 강대강으로 맞서는 중국과 달리 다른 국가들과는 맞춤형 관세 협상을 통해 충분히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도 보복관세 조치를 발표했지만 중국만 콕 찍어 관세 유예에서 제외한 점에서도 이런 해석에 설득력이 실린다.

시장은 일단 관세 유예에 더 주목하는 모양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이 언제 또 끓어오를지 모른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 예측 가능성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관세전쟁이 치킨게임으로 흐르면서 전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관세 유예 발표 직전 향후 1년 내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65%로 전망한 보고서를 냈다가 1시간만에 철회한 뒤 다시 배포한 보고서에서 여전히 경기침체 확률이 45%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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