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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 04일 16:05 양윤우|이혜수 기자|기자

"전원일치 파면"에 법조계 "사필귀정"…4개월 걸린 건 "옥에 티"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을 내린 것에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헌법적 가치와 사회 통합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헌재가 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자 법조계에서는 가장 먼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계엄 요건이 맞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위헌성이 인정된다"며 "설령 대통령 측에서 '경고성'이라고 주장해도 국가 무력을 동원하는 행위 자체가 초헌법적 시도"라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 역시 "사필귀정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누가 봐도 전시 상태는 아니지 않았냐"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변론 과정에서는 내란죄 성립 여부가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결국 위헌적 계엄 선포만으로도 파면의 중대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전원일치 결론을 낸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여러 법조인들이 실질적인 피해가 크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 측 반론에 대해 '헌정 질서를 훼손했다는 점만으로도 파면 사유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법조인들은 특히 헌재가 8대 0 전원일치 의견을 낸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머니투데이에 "헌법재판소가 8대 0 만장일치 결론을 낸 것은 국민 갈등을 최소화하려 한 조치로 보인다"며 "1954년 미국 '브라운 판결'처럼 전원일치의 상징적 효과가 상당히 크다"고 밝혔다.

브라운 판결은 과거 미국에서 흑인 학생과 백인 학생을 각각 다른 학교에 다니게 한 제도가 잘못됐다고 법원이 내린 판결이다. 이 판결로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한 학교에서 함께 공부할 수 있게 됐다. 김 교수는 "당시 미국 연방대법원 재판관들이 재판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지만, 재판장이 9대 0 만장일치를 끌어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결국 이는 미국 사회 통합과 차별 철폐 측면에서 큰 파급력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법조인들은 탄핵심판이 장기간 진행되면서 사회 갈등과 국정 공백이 가중된 점을 옥에 티로 꼽았다.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탄핵 절차를 4개월씩 끌면서 국민 다수와 국제사회가 큰 혼란을 겪었다"며 "선고가 늦어진 것에 대해서는 헌재가 질책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영수 교수도 "탄핵 선고가 오래 걸려 진영 갈등이 고조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빠른 심판을 통해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결론과 별개로 탄핵심판 과정에서 불거진 형사소송법에 준하는 증거법칙을 따라야 하는지 여부, 즉 증거 활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추후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헌법재판관 4명은 이를 두고 2가지 보충의견을 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탄핵은 대통령 파면이라는 엄중함이 있으므로 일정 부분 형사소송법상의 엄격한 증거법칙을 준수해야 하지만, 신속한 결론이 필요한 특성상 형사재판과 같을 수는 없다는 태생적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된 이른바 '홍장원 메모' '곽종근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는 "이번 탄핵심판은 일부 증거의 인정 여부가 결론을 뒤집을 만한 핵심은 아니었다"며 "이번 사건은 비상계엄 선포 요건이 불충분했다는 점이 명백했다. 이른바 '홍장원 메모' 등의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았더라도 결론은 같았을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재판관 전원일치 결정이 나온 만큼 조속히 사회 통합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영수 교수는 "박근혜·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이번에는 갈등의 폭이 더 깊어졌다. 정치권이 하루빨리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우리 사회는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승복해야 한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한층 성숙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이혜수 기자 es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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