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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3월 14일 17:09 조철희|김근희 기자|기자

삼성증권 이사회 의장에 김화진 교수…"업계에 새로운 활력 기대"

삼성증권이 기업·금융 관련 법·제도 권위자인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를 14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겸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삼성증권은 김 교수가 이사회 의장으로서 회사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고, 재계와 금융권에서도 높은 경영 이해도는 물론 국내외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진 김 교수의 활약을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김 교수의 이사회 참여에 대해 "금융 관련 법 권위자로서 법·제도 등 현안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사가 목표로 하는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삼성증권이 기업 성장을 통한 주주 가치 제고, 동반성장을 위한 이해관계자 가치 제고, 기업의 사회 가치 제고를 할 수 있도록 김 교수가 의사결정 기준을 수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국민연금공단 지배구조개선자문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ESG위원회 위원,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앞서 한국금융투자협회 공익이사, 한국ESG기준원 의결권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내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기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자본시장법 이론> 등의 명저가 잘 알려져 있듯 금융 제도에 정통한 전문가다. 삼성증권은 올해 국내 증시 모멘텀 약화, 주요 사업 경쟁 심화를 비롯해 규제 제도 강화를 경영 환경의 어려움으로 보고 있는데 특히 제도 부분에서 김 교수의 전문성이 도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김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국내 최고 권위자다. <한국기업의 지배구조와 혁신>, <이사회경영> 등의 저서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그동안 이사회 중심 경영이 기업의 투명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또 오너가 경영에 참여하되 이사회 일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의미있게 평가받고 있다.

김 교수는 기업 이사회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인 여러 제언들을 해왔다. 2022년에 쓴 <참신한 이사회 운영을 위한 몇가지 조언>이라는 칼럼에서는 '소통'을 강조하며 "이사회는 주주총회와는 달리 다면적이고 유연한 소통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철학을 가진 김 교수가 삼성증권 이사회에서 경영진은 물론 주주, 고객, 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촉진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교수는 최근 '금융'을 화두로 쓴 칼럼 <'금융의 삼성전자' 다시 생각해 볼 때>에서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한국 금융업에 대한 김 교수의 철학과 아이디어를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단계 높은 경제시스템으로 전환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금융산업의 비중이 커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금융업은 제조업처럼 제품을 생산해서 수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처럼 국내 시장 국제화에 한계가 있는 지정학적 지위에서는 해외 진출 밖에는 답이 없다. 공장의 해외 진출이 아닌 사람과 소프트웨어의 해외 진출이다. (중략) 금융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물건의 가치를 개입시키지 않는다. 그냥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과 신용이다. 모든 금융상품은 계약서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과 물건은 사고팔지만 돈거래는 하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의 대표는 외국인이다. 그래서 금융업의 국제화는 어렵다. 그 대신 그 장벽만 넘으면 훨씬 몸이 가볍고 빠르고 고부가가치다.

업계가 '다방면으로 활약할 인사'라고 평가할 만큼 김 교수는 다양한 분야에 정통한데 글로벌 전문가, 지정학 전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독일 뮌헨대학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후 스위스에서 국제금융, 국제 M&A 전문 변호사로 활동한 바 있다.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사회 등 인문학적 흐름에도 능통한 학자로 평가받으며 미국 미시간대, 스탠퍼드대, 뉴욕대 등에서도 강의했다.

지난해 화제가 됐던 김 교수의 저서 <지정학과 모빌리티>에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나라들의 진면모가 제대로 나와 있다. 김 교수가 이 책을 통해 "미국 내에서 정치적 변화가 초래한 정치권의 모든 결정은 글로벌 지정학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듯,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불확실성은 매우 높아졌고, 우리는 그 여파에 연일 노심초사하고 있다.

삼성증권을 비롯해 국내 금융사들은 올해 해외 사업 부문에서 경쟁 심화 등 여러 악재들을 우려하고 있다. 김 교수가 "급변하는 지정학이 한국의 제조업을 쉽게 두지 않을 것 같은 지금, 금융업을 대안으로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김 교수의 혜안이 앞으로 증권업계는 물론 한국 금융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줄 것으로 업계 안팎에서 기대가 나오고 있다.

조철희 기자 samsara@mt.co.kr 김근희 기자 keun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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