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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 24일 11:49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인민복 입고 고개 숙인 마윈…"알리바바, AI에 75조원 투자"

중국 AI(인공지능) 공습의 선봉 격인 마윈의 알리바바가 향후 3년간 클라우드 및 AI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에 총 3800억위안(약 75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해당 부문 알리바바의 최근 10년간 총 투자금액을 넘어서는 규모다.

24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렌서는 알리바바그룹 CEO(최고경영자) 우융밍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같은 날 로이터도 동일 사안을 보도하며 "알리바바는 지난 금요일 실적발표에서 투자계획만 언급했지만, 이날 구체적인 금액까지 공개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는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2802억 위안(약 55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 늘어났고, 특히 클라우드사업 부문 매출액이 317억위안(약 6조3000억원)으로 13%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 내 AI 및 클라우드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발표된 대규모 투자로 알리바바는 늘어나는 국내외 AI 및 클라우드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투자는 특히 중국 내 시장에서 텐센트, 바이두, 화웨이 등 경쟁상대들에 큰 자극이 될 전망이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등과 글로벌 AI시장 경쟁도 더욱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발표는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주재한 '민영기업 심포지엄' 직후 이뤄져 눈길을 끈다. 당시 AI 관련기업에 대한 총동원령이 선포됐음에도 불구하고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은 배제될 거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시 주석은 마윈을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번 투자가 이에 대해 마윈이 준비한 최선의 화답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마윈은 명실상부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이자, 한 때 중국 젊은이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기업인이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중국 지도부의 금융규제가 혁신을 질식시킨다"는 이른바 '전당포식 규제' 발언을 작심한 듯 쏟아낸 후 공식 석상에서 돌연 사라졌다. 생사가 불분명하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알리바바에도 난리가 났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알리바바의 핀테크부문 격인 '앤트그룹'의 무려 44조원 규모 홍콩-상하이 동시 상장을, 불과 48시간 전에 무산시켰다. 승승장구하던 알리바바로서는 사실상 첫 시련이었고, 이는 이어질 시련의 예고편 격이었다. 중국 정부는 2021년엔 알리바바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약 3조6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마윈은 일본과 싱가포르, 미국 등을 전전하며 그나마 살아있다는건 목격됐지만 중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급기야 2023년엔 앤트그룹 지배권까지 포기해야 했다. 그러다 2023년 3월 알리바바 본사에서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알리바바가 중국 정부의 독점완화 압박에 못이겨 6개 독립사업부로 구조조정했던 시점이다.

돌아온 이후 발언을 보면 마윈은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 그는 지난해 12월 항저우에서 열린 앤트그룹 20주년 행사에서 "AI가 가져올 변화는 모든 이의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의 가르침이 큰 도움이 됐다"고 연달아 언급했다. 쓴소리를 일삼던 이전의 톤과는 전혀 달랐다. "마윈이 돌아왔지만 마윈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윈의 뒤늦은 '우국충정'은 일단 말뿐만은 아닌 듯 하다. 시 주석이 반도체 이후 미국과 핵심 경쟁분야로 손꼽고 있는 AI에서 알리바바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최근 미국 기업 애플이 중국에서 자체 AI기능인 애플인텔리전스 서비스 파트너로 기존 바이두와 계약을 파기한 후 최종적으로 알리바바를 선택한건 우연이 아니다. 알리바바가 시 주석의 가장 중요한 무기 중 하나를 자처하고 있다는 거다.

대표적 AI오픈소스 허브인 허깅페이스가 최근 매긴 오픈LLM(대형언어모델) 순위 상단 10개 모델이 전부 알리바바의 모델인 큐원(Qwen)을 기반으로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스탠퍼드대와 워싱턴대 연구진에 중국계 미국인이자 'AI 대모'로 불리는 리페이페이가 합류해 개발한 S1도 큐원이 기반이다. 딥시크에 이어 50달러 이하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었던 그 모델이다.

시련을 겪은 이후 '민영기업 심포지엄'에 '인민복'까지 차려입고 나타나 고개를 숙인 마윈에게 시 주석은 환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마윈이 준비한 통 큰 투자에 만약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지원으로 화답한다면 마윈에게는 면죄부를 받는 것 이상의 의미일 것으로 해석된다. 여러모로 AI가 마윈 부활의 지렛대가 되는 분위기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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