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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 19일 07:51 박소연 기자

명태균 특검법, 조기대선 판 흔들 뇌관 될까…與 잠룡들 "정조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여권의 잠룡들을 정조준하는 '명태균 특검법'을 다음주 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야당은 조기대선 국면을 겨냥해 특검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이는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놓고 진영 대립이 첨예해진 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명태균 특검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측 여당 의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 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명태균 특검법)을 논의했지만 의결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법안의 '숙려기간' 문제를 지적하며 회의 도중 퇴장했다. 소위의 과반을 차지하는 야당은 통상적으로 쟁점법안을 강행처리해왔는데 이번엔 멈춰섰다. 민주당 소속 박범계 법사1위원장은 "다음 주에 다시 소위를 소집해서 법안에 대해 심도 깊은 얘기를 나누겠다"고 했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당초 19일 명태균씨를 대상으로 긴급 현안 질의를 가지려 했는데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혀 전체회의가 무산됐다. 어차피 전체회의가 밀린 만큼 내주 초 소위를 다시 소집해 명태균 특검법을 처리한단 복안으로 해석된다. 야당은 오는 27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야당은 명씨에 대한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에 불만을 드러내며 특검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창원지검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알맹이가 빠지고 쭉정이만 담겨 있다면 검찰이 그동안 의도적으로 권력 핵심부에 대한 수사를 축소, 회피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며 "이는 명태균 특검의 당위성에 더욱 힘을 싣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여당은 이 특검법이 "여당의 목숨줄을 노리는 자객 특검"(권성동 원내대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본회의 통과 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한단 계획이다.

유상범 법사위 여당 간사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명태균 특검법은 이미 재의요구권이 행사돼 부결된 김건희 특검법의 위헌, 위법적 요소를 고스란히 답습한 악법"이라며 "특검 수사대상을 살펴보려는 마음만 먹으면 국민의힘 총선 과정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 특검 법안이 사전선거운동 도구로서 여당과 유력 정치인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표적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여권은 명태균 특검법엔 조기대선 국면에서 여당을 궤멸하기 위한 야당의 속셈이 숨어있다고 본다.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규명하겠단 명분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 여권 잠룡들을 흠집내려는 의도가 있단 것이다.

다만 현재로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거부권을 행사해 재표결을 할 경우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의 이탈표가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재 친한동훈계 의원들이 10명 이상이고, 조기대선이 열릴 경우 이 특검법은 한동훈 전 대표의 당내 경쟁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친한계도 명태균 특검법에 신중한 입장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친한계 의원들은) 대부분 유보적인 입장인 것 같다"고 밝혔다.

친한계 신지호 전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도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최 권한대행이 명태균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거라고 본다"며 "민주당이 명태균 특검법을 던지는 건 전형적인 이간계다. (한동훈 전 대표가) 편 들어줄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명태균 게이트로부터 자유로운 정치인이 한동훈이니까 한동훈계 20여명은 자기들(민주당)한테 재표결 때 무기명 비밀투표니까 살짝 편 들어줄 수 있지 않겠냐는 희망을 가지고 하는 것 같은데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친한계인 정성국 의원도 이날 BBS라디오에 출연해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안 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이 3월 중순쯤 나올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아직 광장에서 탄핵 찬반 대결이 격렬하게 이뤄지고 있어 명태균 특검법이 이목을 끌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탄핵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데 명태균 특검법이 얼마나 관심을 끌지, 실익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탄핵심판 결론이 난 후 분위기를 타고 가는 게 맞는데, 광장에서 진영간 감정적인 대립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8명 이탈표를 만들 수 있겠나"라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친한계 입장에선 지금이야 '이간계'라고 말하지만 속내는 다를 수 있다. 좀 두고 봐야 한다"며 "주요 후보들과 관련해 어떤 치명적인 의혹이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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