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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 12일 15:31 심재현 기자

백악관 관세 홍보에 등장한 현대제철…8년 전 "땡큐 삼성" 학습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 백악관이 미국 제조업 강화를 위한 조치라며 현대제철의 대미투자 검토를 '모범답안'으로 지목했다.

세금을 내기 싫으면 미국 현지에 공장을 건설하라는 관세전쟁의 의도를 다시 한번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미국 현지로 옮기는 '오프쇼어링' 현상이 전 세계 각국에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악관은 11일(현지시간)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는 국가 안보를 훼손하는 무역 관행에 대한 대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기존의 허점과 관세 면제 조치를 없애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 1기 집권 당시였던 2018년에도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미국 전역에서 투자 붐이 일어났다"며 "이번 조치로 철강·알루미늄 시장의 공정성이 회복되고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산업도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특히 최근 현대제철이 미국에 제철소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성공사례로 언급했다. 관세 부과를 무기로 글로벌 기업의 미국 현지공장 건설과 투자를 유도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에 제대로 맞아떨어지는 사례가 현대제철이라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최근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앨라배마주 공장과 멕시코 공장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는 용도로 미국 남동부 지역에 전기로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제철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내년 초 부지를 확정해 착공하고 2029년 제철소를 완공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더해 자동차·반도체·의약으로 관세 범위를 확대할 방침을 밝히면서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그룹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절박감이 적잖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제철의 미국 현지공장 검토도 전체 자동차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대미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 한국에 제공했던 무관세 할당제(쿼터제) 폐지 방침을 명확히 하면서 다음달 관세 발효까지 이렇다 할 추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철강과 자동차 등 이중타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일단 '울며 겨자먹기'라도 현지공장 설립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현대제철 언급이 미국 현지 생산기지 건설을 기정사실화하는 고도의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집권 1기 첫 해에도 취임 초기부터 세탁기 관세 부과 카드를 휘두르다 돌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땡큐 삼성"이라는 글을 올려 미국 현지공장 건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방식으로 삼성전자를 압박,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가전공장 건설 계획을 받아냈다. LG전자도 비슷한 시기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 생산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당시의 성공 사례가 트럼프 행정부에 학습효과로 남아 있다는 얘기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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