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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 07일 18:01 이지현 기자

"일본도 살인범" 1심 무기징역 선고… 유족 "통탄스럽다"

지난해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정문 앞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에게 약 100㎝ 길이의 일본도를 휘둘러 살해한 30대 남성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권성수)는 7일 오후 5시 살인 등 혐의를 받는 백모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평소 자신과 마주친 피해자를 중국 스파이로 가정하고 장신구로 허용한 일본도로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했다"며 "살인은 사람의 생명이라는 고귀하고 존엄한 절대적 가치에 피해를 일으키는 중대 범죄라는 점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심신 미약을 주장했고 정신 감정 결과 망상 장애가 있다고 판단하나 범행의 동기와 범행 내용의 비춰볼 때 당시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고 피고인의 책임이 엄중하다"며 "피해자는 자신이 공격받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극한의 공포와 고통으로 사망했고 피해자 유족들은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지를 잃고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정신 감정 결과 이 사건 범행에 있어 망상 장애를 겪은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선고 결과에 대해 유족은 "억울하다"며 오열했다. 피해자 유족 A씨는 선고 이후 기자들에게 "피해자를 위한 재판인지 가해자를 위한 재판인지 모르겠다"며 "아주 유감이고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남언호 법무법인 빈센트 변호사는 "피고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사회에 복귀하는 것을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 측에 항소 관련 의사를 전달하겠다"며 "남은 항소와 상고심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내려주시기를 재판부에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당초 이날 오후 2시30분 예정이던 선고 공판은 백씨가 예고 없이 불출석하면서 2시간가량 지연됐다. 백씨는 '일신상의 이유'라는 사유서를 재판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재판부는 구치소 측에 강제 구인을 요청했고 약 2시간 뒤인 오후 5시에 재판을 재개했다. 백씨의 불출석 사유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앞서 검찰 측은 지난달 21일 백씨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백씨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당시 검찰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처단한다는 분명한 의식과 목적으로 살해 행위를 했고 유족들이 입은 고통이 막대함에도 반성은커녕 피해복구 절차도 밟지 않았다"며 "불특정 다수가 통행하는 곳에서 범행이 이뤄져 사회에 극심한 불안과 혼란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백씨는 지난해 7월29일 오후 11시22분쯤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정문 앞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 김모씨에게 102㎝의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백씨는 범행 직후 달아났으나 사건 발생 1시간쯤 뒤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백씨는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았다. 백씨는 당초 수사 과정에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기존 주장을 모두 철회하고 정신 감정을 요청했다. 정신 감정을 진행한 의료진은 범행 당시 백씨가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의 소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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