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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 23일 14:32 세종=정현수 기자

"피크 코리아" 가시화…동상이몽 속 부상한 "추경론"

우리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이른바 '피크 코리아'가 가시화되면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도 활발해졌다. 정치권의 입장이 엇갈리지만, 추경 편성에 회의적이었던 정부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달라진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추경 논의의 배경은 저성장 국면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1% 성장하는데 그쳤다. 당초 한은 전망치는 0.5%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2.0%에 머물렀다. 잠재성장률(2.0%)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올해가 더 문제다. 예상치를 밑돈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올해 성장률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4분기 성장률이 떨어지면 기저효과로 올해 성장률도 상당히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은은 비공식적으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1.7%까지 낮춰 잡았다.

저성장 국면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한은의 통화정책은 한계에 직면했다. 통상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확장적 통화정책) 추가적인 재정을 투입하는(확장적 재정정책) 방식을 쓰는데, 환율을 자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인하는 조심스럽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원/달러 환율이 상승(평가절하)한다.

이런 상황과 맞물리면서 추경 논의가 급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부터 추경을 언급했지만, 정부·여당은 신중함을 넘어서 회의적이었다. 거대 야당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확장되는 가운데서도 정부·여당은 예산의 신속집행에만 방점을 찍었다.

여당의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추경 필요성 자체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지만, 1분기 추경 합의 가능성을 낮게 본다. 정부도 큰 틀에서 여당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여전히 신속 집행을 강조한다. 쓸 수 있는 만큼 빨리 예산을 써보고, 그 이후에 추경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의 기류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국회와 정부가 참여하는 국정협의회 가동을 전제로 '추가적인 재정투입'을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추경이라는 단어를 직접 쓰진 않았지만 사실상 추경 협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은도 이 총재를 비롯해 관계자들이 추경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과거에는 통화당국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언급하는 게 '책임 돌리기'의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 이 총재의 발언 등을 종합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명분과 여지를 조금씩 제공하는 느낌이다. 심지어 이 총재는 추경 규모(15~20조원)까지 제안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상목 권한대행이 밝힌대로 국정협의회에서 각종 법안과 추경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은 변함 없다"며 "구체적인 사업 등은 그 과정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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