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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 23일 14:14 박정렬 기자

설연휴 "독감" 발열클리닉 가라는데…"어디지?" 검색했다가 당황

다가오는 주말부터 6일간 이어지는 설 연휴에 의료 현장에 긴장감이 감돈다. 임시 공휴일에도 정상 진료를 통해 환자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는 병원이 많지만, 달라진 게 없는 '전공의 공백' 상황에 호흡기 감염병 확산이 겹치며 응급실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응급실 포화를 막기 위해 호흡기 경증 환자를 받는 의료기관이 지정됐으나 정작 환자들은 어느 곳이 문을 여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휴 기간 문을 여는 병원이 제한적인 만큼 관련 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인 오는 25~30일 하루 평균 1만6815곳의 병·의원이 문을 연다. 지난해 설(일평균 3643곳)과 추석(일평균 7931곳)과 비교해 많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 중 토요일(1월 25일, 2월 1일)과 임시 공휴일(1월 27일)을 제외한 실질적인 '휴일'에 문 여는 병원은 훨씬 적다. 설 명절 전후인 오는 28일부터 3일간 문 여는 병원은 각각 4296곳, 2619곳, 4838곳에 그친다. 중증 환자를 중점적으로 받는 전국 412곳의 응급의료기관을 포함한 520여곳의 응급실을 제외하면 경증 환자가 찾는 병·의원은 일평균 3400곳 정도에 불과하다.

올해는 새해부터 인플루엔자(독감)가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호흡기 감염병이 극성을 부리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감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환자를 격리해야 하지만, 그 수가 너무 많은 데다 의료진 부족이 겹치면서 받아줄 병원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은 "인플루엔자는 적시 치료가 매우 중요한 병"이라며 "시기를 놓치면 폐렴, 심근염, 뇌염 등의 합병증으로 위급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복지부는 호흡기 질환 확산에 대비해 지난달부터 135곳의 발열 클리닉과 197곳의 호흡기질환 협력병원을 지정했다. 하지만, 기침이나 발열 등 호흡기 질환 증상이 나타나도 정작 환자나 보호자가 발열 클리닉, 협력병원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들 의료기관은 신속 항원 및 PCR 검사 등 호흡기 질환 진단에 특화됐고 입원이 가능해 '응급실 쏠림'을 완화할 수 있다. 지난 16일 복지부는 "응급실이 호흡기질환 외 환자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겠다"며 "호흡기 환자는 발열 클리닉과 협력병원을 우선 이용하도록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3일 오후 현재 환자 등이 자주 이용하는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발열 클리닉을 검색하면 응급의료포털 'E-GEN'이 가장 상단에 뜰 뿐, 여기서 설 연휴 발열 클리닉을 확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다음은 발열 클리닉을 검색하면 'E-GEN' 대신 관련 기사나 웹페이지가 뜬다. 이곳에 접속해도 발열 클리닉, 협력병원을 곧장 확인할 수도 없다. 다시 상단에 조그맣게 있는 '호흡기 질환 발열 클리닉' 탭으로 들어가 위치(시, 도)를 입력해야 하는데 발열 클리닉은 주소 등 위치 정보 없이 의료기관 이름만 알 수 있다.

12세, 9세 남매를 키우는 안모(40)씨는 "명절 연휴가 아니어도 아이들이 병원 진료받는 게 이만큼 힘든 적이 없을 만큼 감기나 인플루엔자 환자가 많다. 진료 보러 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오기도 했다"며 "진료가 어려우면 한 병원에서 곧장 다른 병원에 가야 하는데 이 정도로 복잡하게 찾아야 한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최용재 회장은 "의료기관을 쉽게 찾지 못하면 환자가 늦게 병원을 찾거나 아예 치료받지 않게 되는데 그러면 위중증과 중복감염 환자가 늘어 응급실 과부하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한 지금 상황에서는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하지 않게 조기 진단 치료하는 게 훨씬 중요해졌다. 정부가 발열 클리닉 등 홍보를 강화하고 연휴가 지나서도 전담 의료기관과 소아·청소년 네트워크 거점병원 지원을 이어가는 등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응급의료포털 외에 복지부 콜센터 129, 시도 콜센터 120 전화로 가까운 곳의 문 연 병·의원과 약국을 안내하겠다"며 "네이버 지도, 카카오 맵에서도 응급실과 명절 진료 의료기관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 밝혔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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