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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7일 16:31 세종=최민경 기자

역대 최대 반도체 지원·인프라 해결…직접보조금은 여전히 골치

정부가 27일 발표한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방안'의 핵심은 재정·세제·금융·인프라를 아우르는 비용 지원이다. 내년에만 총 14조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 1조8000억원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 비용도 정부가 절반 이상 책임진다.

정부가 '정책 총동원'을 외친 이유는 반도체 산업의 현실 때문이다. 국내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산업의 여건은 좋지 않다. 중국의 반도체 투자·생산 확대 등으로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다. 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보조금 축소 가능성이 적잖다.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 관세 인상 등도 예상되는 악재다.

정부는 지난 6월 3년간 17조원 규모의 저리대출 자금 등 총 26조원을 투입하는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14조원의 정책 금융 공급 카드를 꺼냈다. 지난 방안 때 산업은행이 총대를 맸다면 이번엔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한국무역보험공사 등까지 나선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역점을 둔 것은 인프라 비용 분담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53년까지 10GW(기가와트) 규모의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 당장 2030년까지 3GW 규모의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

문제는 송전망 비용이다. 기존에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전력 공급에 대한 기본계획은 있었지만 비용 분담에 대해선 매듭이 안 지어졌다. 정부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송전망 건설 혜택을 받는 반도체기업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방안에서 기업 부담을 더는 방식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따라 호남과 동해안으로부터 대규모 전력을 수송하는 공용망 송전선로는 한국전력에서 비용을 부담한다. 공용망에서부터 클러스터까지의 송전선로 및 산단 내 변전소 건설을 위한 총사업비 2조4000억원 중에선 공공이 약 7000억(약 30%), 민간이 약 1조7000억원(약 70%)을 분담한다. 정부는 1조8000억원 규모의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을 절반 이상 책임지고 분담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과 용수 비용에 대한 기업 부담이 컸는데 상당 부분을 한국전력과 한국수자원공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정리돼 시행 주체 간 논란이 없어졌다"며 "특히 반도체 기업들이 지중화 부분에 대한 부담을 많이 토로했는데 정부가 상당 부분을 예산으로 보조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번 방안엔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 상향 △연구개발(R&D) 시설 투자 세제지원 확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기반시설 지원한도 상향 △해외 우수인재 유입 프로그램 활성화 △카이스트 등 4대 과학기술원 우수 교원 인센티브 및 특성화대학원 확대 등이 포함됐다.

다만 이번에도 '직접 보조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여전히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보조금을 지원하는 경쟁국과 비교해 지원책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일본은 지난 22일 반도체 산업에 10조엔(약 91조원) 규모를 지원하는 종합경제대책을 발표했다.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과 전력 반도체 양산 투자에 6조엔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민간대출에 대한 출자·보증 등 4조엔의 금융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자국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라피더스'가 2027년부터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도록 추가 출자 지원 가능성도 열어뒀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특정 반도체 기금'을 조성해 보조금과 이자 비용을 지원하듯이 우리나라도 전용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기존 대출 중심의 지원 체계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같은 여론은 인식하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반도체특별법'에도 직접 보조금 지급이 포함돼있다. 법안의 향방에 따라 직접 보조금 지급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강기룡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정부에선 보조금 단어를 직접적으로 명시하는 데 신중한 입장"이라며 "반도체 근로자와 사용자 합의한 경우에 주 52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만드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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