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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6일 14:04 김고금평 에디터

재치·재미·재주 "3才 매력" 뽐낸 20대 같은 80대들의 "질주"

평균 80세 거장 3인은 공연 내내 그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젊고 역동적이었고, 심지어 재치가 넘쳤다. 90세인 데이브 그루신(피아노)이 혹시 넘어지지 않을까, 79세인 이반 린스(보컬)가 호흡이 달려 헉헉 대지 않을까, 리더 격으로 나선 그나마 젊은 리 릿나워(기타)도 2시간 가까이 연주하면서 지치지 않을까 같은 보는 이의 '건강염려'는 결국 기우일 뿐이라는 사실을 재차 증명한 무대였다.

무엇보다 잔잔하고 부드러운 음악으로의 '안착'이 아닌 브라질 음악이 암시하듯 넘치는 그루브(리듬감)로 '질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24일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리 릿나워 & 데이브 그루신-이반 린스 등 브라질 친구들과 함께' 내한 무대는 70대·90대라는 나이 뒤에 숨겨진 20대 열정을 온전히 맛본 '감동의 댄스 파티'였다.

주요 출연 뮤지션의 노령 때문인지 입장 전부터 줄은 길게 늘어섰다. 이번이 마지막 무대라는 우려 탓에 전국 재즈 팬들은 죄다 몰려온 것 같았다. 공연도 20분이나 늦게 시작됐다.

무대 시작과 함께 "지금은 조율 중"이라는 멘트로 분위기를 띄운 리 릿나워의 재치에서 관객은 이미 온전히 몰입할 준비를 마쳤다. 베이스, 드럼, 기타, 피아노 4인의 '기본 메뉴'로 시작했지만, 그 테크닉과 리듬이 금세 심장에 꽂혔다. 특히 양갈래 머리를 한 베이시스트의 솜씨는 현존 최고 베이시스트 마커스 밀러를 떠올릴 만큼 다재다능했다. 릿나워가 그를 두고 "전세계적으로 활동한 덕에 여권이 6개나 있다"고 농을 던질 정도였다.

잘게 쪼갠 박자로 쉼 없이 달리는 드럼과 그 대각선 맞은편에 앉아 비교적 잔잔한 컴핑(comping, 코드로 리듬감있는 반주를 하는 주법)을 구사하는 피아노의 대조도 멋들어졌다.

몇 곡이 끝난 뒤 데이브 그루신은 마이크를 잡았다. 목소리는 차분했고 발음은 정확했다. 자신이 연주하려는 곡의 영화 제목을 잠시 잊어버리기도 했지만, 금세 기억해 내고는 독주를 시작했다. 영화 '투씨'(tootsie)의 주제곡 '잇 마이트 비 유'(It might be you)를 연주했는데, 이 아름답고 가슴 사무치는 곡이 당신의 것임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자책이 감동과 함께 올라왔다. 그의 수많은 명곡 중 이 곡을 선곡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 터, 그 선택이 무척 사랑스럽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그루신은 이후에도 한 차례 더 감동의 순간을 안겼는데, 이날 생일을 맞은 (양갈래 머리) 베이시스트를 위해 준비한 생일축하곡 '해피 버스데이 투유'(Happy birthday to you)를 연주할 때였다.

그루신은 누구나 알아듣는 구절만을 뽑아 '간단히' 끝내지 않고 장조에서 단조로, 단조에서 다시 장조로 종횡무진 옮겨 다녔고 키(key)도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며 거의 3분 가까이 '완곡'으로 소화해 많은 이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런 생일 축하곡을 받는 이가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그루신의 재치는 빠른 브라질 곡을 합주할 때도 중간 간주에서 생일 축하곡의 일부를 살짝 넣는 식으로 이어졌다. 90세 뮤지션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솜씨에 그저 감탄만 쏟아낼 뿐이었다.

이반 린스의 잔잔히 읊조리는 창법이나 고음과 저음을 빠른 속도로 오가며 스캣(scat, 가사 대신 즉흥적으로 흥얼거리는 창법)을 구사하는 능력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멤버 9명을 이끌며 모든 곡의 실마리를 잡고, 또 곡의 중심부에 의미를 부여한 릿나워의 리더십에도 경의를 표해야 할 듯하다. 그는 "드럼, 베이스, 보컬, 키보드 모두 2명씩이지만 퍼커션과 기타만 1명"이라고 웃으며 으스댔다. 그 자신감과 여유 앞에서 이들의 내한 무대는 결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확신마저 들었다.

김고금평 에디터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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