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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정치로 문제 해결 못한 채 과잉 사법화 위험···분열 심화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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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01월 10일 14:51 김성은 기자 |
| "정치로 문제 해결 못한 채 과잉 사법화 위험···분열 심화될 수 있어" |
"정치인들이 매번 싸우고 그 싸움을 법관이나 사정권력이 해결한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계속 주는 것은 위험하다. 국회가 지금이야말로 떨어졌던 위상을 올릴 기회다. "
이재묵 한국외대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탄핵정국의 전망과 정상정치의과제'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와 이같이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입법조사처 공동 주최로 이뤄졌다. 정 의원은 개회사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서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에 의한 친위 쿠데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계엄선포 후) 일련의 상황을 보면 집권 여당이 사실상 (대통령에) 동조 행태를 보이며 국가가 심하게 분열됐다"고 했다.
이어 "어떻게든 이 비정상적인 정치 상황을 마무리하고 국정 혼란을 극복할 책임 또한 국회에 있다고 생각해 토론회를 마련했다"며 "향후 국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정국 혼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재묵 교수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정국 혼란의 양상 중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했다.
이 교수는 "최근 대통령 탄핵안(탄핵소추안) 심판을 비롯해 다양한 권한쟁의 심판 문제, 주요 정치 제도와 조직 간 제도 운용 및 법령 해석을 둘러싼 논란 해소를 위해 사법 기구에 대한 역할 요구가 증대 중"이라며 "이는 정치적 논란을 해결하고 헌법적 질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법원을 또 다른 정치적 갈등의 장으로 변질시켜 궁극적으로 사법의 정치화 문제로 이어져 사법부 신뢰의 위기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치 과정으로 해결돼야 할 사안들이 자칫 사법적 수단에 과잉 의존해 해결되는, 정치 사법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치의 사법화는 민주적 책임성의 원칙을 약화시키고, 입법부와 행정수반의 정치적 책임성을 위축시키고, 시민들이 선출한 대표가 아닌 사법부가 정책을 좌우하는 근본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검사 시절)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정의의 사도처럼 등장한 게 문제였다고 본다"며 "정치의 사법화를 통해 법원과 검찰에 힘을 주다보면, 정치인들이 매번 싸우고 그 싸움을 정의로운 법관이나 사정권력이 해결한다는 인상을 줘 (정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국가권력을 갖게 될 수 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이어 "극단적으로 정치적, 사회적 쟁점에 대해 사법부가 최종 판단을 오직 법리적, 법 형식논리적 원칙에만 입각해 결론을 내릴 경우 그리고 그렇게 내려진 법원 판결이 국민 대다수의 생각과 괴리돼 사회적 정당성을 얻지 못할 경우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단 점에서 정치의 과잉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정치 과정은 멈춰 있고 진영 갈등이 고조되다보니 (갈등 사안을) 자꾸 법원으로 가져간다"며 "국회가 지금이야말로 떨어졌던 위상을 올리고 정당 정치를 살릴 기회다.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국회에서 잘 해결해 나가는 게 (탄핵 정국 이후) 장기적 과제일 것"이라고 했다.
이날 앞서 '탄핵정국의 성격과 전망'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차재권 부경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정국의 원인으로 "제왕적 대통령 제도와 대의 민주주의제의 위기 문제가 섞이면서 오늘의 상황을 키운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진보의 적폐청산론에 대응하는 보수의 극단화된 생존반응, 보복과 생존의 정치 구조 일상화가 이번 정국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또 '탄핵정국 이후의 한국정치 과제:시민민주주의 시각'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의영 서울대 교수는 "탄핵정국 이후 곧바로 이어질 대선정국에서 대선주자들 합의로 정치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다"며 "이미 정치개혁 방향과 방안에 대한 학계와 정치계의 합의가 상당부분 이뤄져 있는 상황에서 선거 과정에서 대선 후보들의 정치개혁 관련 공통 공약을 추려내 시민 앞에서 누가 당선되든 이 공통 공약 이행을 약속하도록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선후보들의 관점에서 정치개혁을 위한 정책연대 차원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노력과 그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유권자의 지지를 견인하고 나아가 국민통합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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