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라임' '신라젠'과 같은 대형 금융사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원인을 검찰과 법원의 '방조'와 '솜방망이 처벌'로 꼽으며, 경찰에게 해당 사건에 대한 엄정 수사를 요구했다

22일 오전  금융피해자연대는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정문 앞에서 '키코·IDS홀딩스·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융피해자연대는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를 비롯해 IDS홀딩스 피해자 연합회,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피해자 연합회,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 등 4개 금융사건 피해자 단체들이 모인 시민단체다. 지난 달 23일 공식 출범했으며, 라임·DLF 등 중소 금융 피해자 단체들과의 연대도 모색 중이다.

이날 조붕구 금융피해자연대 회장은 "금융피해자들은 검찰에게 시간을 많이 줬지만, 그간 검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히려 울분만 더 키웠다"라며 "검찰청의 금융담당 검사들은 반드시 옷을 벗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수사권 조정이 된 만큼 경찰은 확실한 수사를 해 금융사기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완전하고도 무결하게 정리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태는 지난 2011년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지 않은 불법투자 업체가, 크라우드펀딩 기법으로 높은 수익을 주겠다고 홍보한 뒤 3만여명으로부터 7천억원을 끌어모은 사건이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투자 수익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익을 벌여들였다고 홍보하는 한편, 투자금을 '돌려막기'해 수익금을 지급했다. 대법원은 지난 해 9월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철 전 대표는 최근 '검언유착'으로 언론에 자주 소환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전 대표는 '미정보 주식 거래' 의혹으로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신라젠의 최대 주주였다. 이 전 대표는 여권 주요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과거 신라젠의 주가가 급등한 데에도 이러한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IDS홀딩스 사태는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지 환율 변동을 통해 수익을 내는 상품에 투자하면 10% 이자에 원금 보장을 해준다고 홍보해 1만2천여명에게 1조1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가로챈 사건이다. 대법원은 지난 2017년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의 15년형을 확정했다.

이날 금융피해자연대는 서울지방경찰청에 'IDS홀딩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건 피의자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하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뇌물과 횡령혐의에 대한 수사 요청이다. 이철 전 대표와 김성훈 대표 모두 현재 복역 중이나, 해당 혐의에 대해선 기소되지 않았다.

이날 금융피해자연대 고문 변호사인 이민석 변호사는 "IDS홀딩스는 그간 1조원의 사기 행각을 벌이는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를 심하게 했는데, 그 여파로 전 서울지방경찰청장도 구속됐다"라며 "또 김 대표로부터 6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경찰관도 징역형을 받았는데, 정작 뇌물을 제공한 김성훈 대표는 지금까지도 기소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은 지난 2015년 이철 전 대표를 조사하면서 3억5천만원을 횡령한 정황을 포착했음에도 그를 은폐하고 결국 이 대표는 기소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경찰이 반드시 '반복되는 금융사태'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정한 수사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있어야 다시는 금융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사기 사건이 끊임없이 재생산 되고 있는 배경엔 범죄를 방조하는 검찰,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법원이 있다"라며 "그래서 오늘날의 신라젠, 라임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을 맹목적으로 신뢰해서 경찰청을 찾은 게 아니다"라며 "각종 사기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가 매우 부실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금융피해자연대는 키코 사건에 대한 고발장도 냈다. 키코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을 말한다. 미리 정해둔 약정환율과 환율변동의 상한선 이상 환율이 오르거나, 하한선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손실을 입게 된다. 지난 2008년 키코 상품에 가입한 국내 중소기업들은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3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해 12월 키코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상품 판매 과정에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라며 6개 시중은행에게 손실을 본 4개 기업에 대한 배상을 권고했다.

키코공대위 관계자는 "지난 2018년 4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의 죄명으로 서울중앙지검에 키코 사기사건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검찰 고발 후 이미 2년이 지났음에도 검찰은 수사를 질질 끌고만 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