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이평통과 - 현대자동차주주동호회, 소액주주 토론방

한국정보통신이 이를 갈면서 벼르고 있는 맞수는 지난해 5월 SK와 이니시스가 50%씩 돈을 내서 만든 KMPS(한국모바일페이먼트서비스)다. KMPS는 800개에 이르는 SK 직영 주유소들을 먼저 뚫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두 한국정보통신의 고객들이었던 주유소들이다. KMPS는 SK 계열사라는 이유를 내세워 공격적으로 시장을 잠식해 들어갔다.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에 첨단기능을 갖춘 신용카드 조회기를 마구 뿌려대는 데는 선발 업체들도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현대·LG 등 대기업 앞다퉈 진출

그렇게 직영 주유소를 모조리 훑고난 다음에는 3천개에 이르는 SK 자영 주유소들까지 하나하나 끌어들였다. KMPS의 시장점유율은 1년 만에 10%를 넘어섰고 그만큼 한국정보통신의 시장점유율은 크게 줄어들었다. 힘겹게 만든 시장을 다 내어주고 이제는 허겁지겁 뒤쫓아가기 바쁜 상황이다. 이미 한국정보통신은 대기업을 등에 업은 KMPS의 맞수가 못 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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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통신회사들이 뛰어들면서 상황은 더 긴박하게 바뀌었다. SK텔레콤은 조만간 휴대전화를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도록 하는 모네타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 서비스가 시작되면 신용카드를 꺼낼 필요 없이 휴대전화를 꺼내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결제를 손쉽게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새로운 휴대전화와 새로운 신용카드 조회기가 필요하다. KMPS는 일찌감치 지난해부터 휴대전화 결제기능을 갖춘 조회기를 준비해왔다. SK텔레콤으로서는 이 알짜배기 시장을 다른 벤처기업들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속셈이 있었던 것이다. KMPS는 SK와 SK텔레콤의 지원에 힘입어 더욱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구체적 밑그림이 드러나겠지만 SK텔레콤은 신용카드 회사들에게 그동안 한국정보통신을 비롯한 다른 신용카드 조회 회사들이 받았던 것보다 훨씬 더 비싼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는 깎아줄 수 없으니 그래도 하려면 하고 말라면 말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단순히 신용카드 조회회사들과 동등한 수준에 머물지 않고 신용카드 회사들과 신용카드 조회회사들을 모두 장악하겠다는 욕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의 휴대전화 가입자는 이미 1700만명에 이른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섣불리 SK텔레콤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SK텔레콤뿐만 아니다. KTF도 비슷한 사업을 준비하면서 나름대로 사업자들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 업계 1위 한국정보통신이 SK텔레콤 앞으로 줄을 섰고 2위 케이에스넷은 KTF 앞으로 줄을 섰다.

물론 신용카드처럼 어디서나 휴대전화로 결제를 하려면 적어도 휴대전화 조회기를 갖춘 가맹점이 200만개는 돼야 한다. 휴대전화 결제가 얼마나 자리를 잡게 될까 아직 섣불리 짐작하긴 어렵지만 자칫하면 시장의 주도권이 통신사업자들에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신용카드 조회회사들이 통신회사들 눈치를 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독자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면 어떻게든 통신회사들 우산 밑으로 들어가는 게 유리할 테니까 말이다.

결국 빠르면 이달 말부터 SK텔레콤의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가 시작된다. 조금 늦게 KTF도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을 잡고 있다. 결국 인프라의 싸움이다. 누가 더 많이 조회기를 깔고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성패가 엇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2천억원 시장이 얼마나 더 커지게 될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매력이 돋보이는 시장인 것만은 틀림없다.

[Economy21 12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