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회사들 가치도 올려야...
원유,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에너지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연료가 필요한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으로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에너지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원자력발전이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려면 원전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3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0.03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 가격이 90달러를 넘긴 것은 지난 2014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5.8% 상승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두바이유(현물)와 서부텍사스원유(WTI·선물) 가격은 각각 87.58달러, 86.82달러로 13.6%, 15.4% 뛰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원유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수급 여건이 예상보다 더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와 아랍에미리트(UAE) 석유 시설 공격 등 지정학적 불안으로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신증권은 얼마 전 보고서에서 올해 국제유가 범위(Range)를 기존 배럴당 65~90달러에서 70~9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유시장 내 공급 부족 상황이 심화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원유 공급이 증대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증산, 미국 셰일 생산 증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가 있는데, 모두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 최근 EU에서는 러시아가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가스 공급을 끊을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EU는 가스 공급의 3분의 1가량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EU 내부에서 '원전 회귀' 움직임이 강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 사업으로 분류하는 '지속가능한 금융 녹색 분류체계'(택소노미)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회원국과 자문단 검토를 거친 최종안을 내놓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며, 다수 회원국들의 지지를 받으면 법으로 제정해 2023년 발효될 예정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발생한 유럽의 에너지 대란, 러시아 가스 수급 문제 등으로 택소노미에 유연성을 가져야겠다는 분위기 반전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실질적인 벽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트라스부르=AP/뉴시스] 유럽연합(EU) 순회 의장직을 맡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2.01.20.
하지만 EU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승인을 받기가 쉬운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전 채택 여부를 두고 회원국들의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은 원전을 반대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체코, 폴란드 등은 찬성 쪽이다.
이번 EU의 결정에 따라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 정책 이른바 탈원전 정책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한국형 녹색 분류 체계인 'K-택소노미'에서 원전을 제외한 바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얼마 전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가 정한 에너지 전환 대책의 기본 방향은 현재보다 원전을 늘리지 않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K-택소노미와 관련해서는 "4~6개월의 시한을 두고 갈 부분이어서 우리도 잘 지켜보겠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EU 논의 과정 등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발언했다.
정 교수는 "EU가 원자력을 택소노미에 넣는다면 사실상 이를 국제 기준의 하나로 볼 수 있다"며 "택소노미를 제정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EU를 비롯해 몇 개 나라밖에 없다. 어떤 식으로 최종 결론이 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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